제목으로 사용된 문장은 컴퓨터 기기의 시간이 현재가 아닌 먼 과거 혹은 먼 미래로 잘못 설정되어 있을 때 인터넷 창에 뜨는 오류 문구이다. 컴퓨터 시스템과 인터넷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오류를 고치고 제시간을 되찾으면 될 일이지만 현재의 시간에서 미끄러져 나와 과거를, 미래를 몽상하는 이가 떠올라 저 문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몽상하는 이에게 이것은 반가운 오류다. 무색의 액체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져 삽시간에 물드는 것처럼, 이 순간 온갖 기억과 상상으로 흠뻑 젖어 드는 것이다. 사실 몽상가뿐 아니라 모두에게 현재는 그냥 단순히 지금 여기, 흘러가는 찰나, 보이는 그대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 사이에서 끊임없이 기억을 끌어와 사방으로 엮으며 결정적 순간들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모두에게 다르다.

  바로 앞에, 여기 옆에, 더 멀리, 더 가까이, 내 안에, 나의 뒤에, 바깥으로, 다시 더욱 깊은 곳으로 시선이 부유한다.

화면은 여전히 납작하지만, 여기엔 분명히 앞이 있고 뒤가 있다. 화면의 막을 기점으로 물감은 뒤로 환영적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앞으로 슬며시 나와 물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화면은 투명하면서 동시에 불투명하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도착한 섬나라엔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라거나 "거울에 비친 낮의 풍경 뒤로 밤의 풍경이 보였다." 같은 교차하는 시간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며 오브제들을 길 가다 줍듯 흩어진 기억을 그러모아 여기 동시의 환영적 공간에 함께 꾸며 놓았다.
Set time automatically – "off"

자동으로 시간 설정 – "끔"
오류를 남겨둔 채 부유하는 시간 속에서 이미지를 낚아 올린다.

  Your Clock Is Behind / Your Clock Is Ahead 문구에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 회화에 '앞'면과 '뒤'면의 관계를 만들거나, 그림 안에 오브제들이 '앞' '뒤'로 심도를 가지고 놓여져 환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공간이 항상 시간성과 맞물리면서 구성된다는 점, 그리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3D 공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꽤나 완고히 예견된 미래에 목표를 두고 진행하는 과정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