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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ves and Eyebrows Minkyung So 6.7 - 7.6.25

        

Shelves and Eyebrows
선반과 눈썹
글. 유지원

소민경은 수년간 회화를 주매체로 삼되,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요소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지난 개인전
포.도.주. (취미가, 2020)는 회화의 이미지를 복제한 포장지를 만들어 캔버스를 봉인해버린 ‘lol’ 연작을, 리플릿 드로잉 (YPC
SPACE, 2024)은 지난 10여 년간 전시장에 방문하여 수집한 리플릿에 그 내용과 무관한 그림이나 장식을 덧붙인 종이 백 여
점을 제시했다. 선반과 눈썹 은 이러한 주변적 관심을 충실하고 직설적인 회화—종이가 아닌 캔버스를 포장하지 않는다—의
방법론으로 풀어낸 근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쇼파나 식탁 같은 메인 피스에 비해 부차적인 인테리어 요소인 선반, 그리고 별다른 기능은 없지만, 없이는
얼굴이 성립하기 어려운 눈썹을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선반은 대체로 수평 방향으로 긴 판으로, 벽에 부착되어 수납의 역할을
한다. 옷가지는 장롱에, 귀중품은 보관함에, 주방 용품은 컵보드에 보관되는 한편, 선반에 올라온 것들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것이거나 있으나마나한 장식품, 즉 없어도 무방한 것들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선반은 벽이라는 평면을 적절하게 구획하고,
중력의 작동과 평형을 이루어 사물을 지탱한다. 얼굴에서 이마와 눈 사이에 놓인 눈썹은 그렇다면 얼굴의 선반 같은 것이라 할 수있겠다. 있으나 없으나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나 그것은 얼굴의 구성 요소 간 균형을 맞추고, 이마를 들어올린다.

선반과 눈썹에 빗댄 소민경의 회화는 단 하나의 형상을 출현시키기보다 사소한 이미지를 담은 여러 패치들이 배치된 형태다.
이러한 회화는 대체로 조각 모음, 확대 및 반복, 배치와 장식의 프로세스를 따른다.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이미지를, 그것도 원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엽적인 부분을 발췌하거나 작가가 직관적으로 창작한 캐릭터를 변주하여 구상한 화면은 주제의식이나 시퀀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화면 속 모든 것들—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물이든—은 서로에게 주인공 자리를 열심히도 미룬다. 때문에 그림 속 선반, 혹은 여러 패치들의 접면 혹은 경계가 어떨결에 가장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얻곤 한다.

가령, 만화적인 프레임 속 달걀과 눈알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Eggs&eye (2025)는 굵은 판자로 구획되어 있다. 화면 속 형상 중 단독적으로 주의를 사로잡는 것이 없기에—각 달걀 혹은 각 눈알은 모두 귀엽지만 특별하지 않다—오히려 투박하게 표현된 경계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Mugs (2024)는 여러 인물의 눈썹 혹은 눈 부분만 가로로 길게 잘라 붙이듯 구성되어 그럴듯한 상황이나 서사를 부여하기 어렵다. 눈이 표현하는 일종의 강렬함이 있다해도, 그조차 좌우 구석에 낙서된 캐릭터—뜬금없이 머그컵을 들고 있다—에 의해 무장해제(neutralized)되고 만다. 소민경의 최근 방향성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This is our party (2025)은 동일한 인물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변주하여, 서로 다른 칸에 배치한다. 서로 다른 모습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서사나 시퀀스 없이 배열된 패치들은 동일한 것—같은 인물—을 복수의 가능성—혹시 다른 인물이 되어버린 걸까?—으로 발산한다. 이처럼 소민경의 그림 속 구획은 때로는 얼굴을 가려 ‘온전한’ 이미지를 방해하고, 유기적인 연결 대신 물리적인 배치와 공존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전시에서 선반은 화면을 구성하는 원칙일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개입된다. 그림을 벽에 고정하는 대신 다소 어색한 높이의 선반 위에 얹어두거나 심지어 한 그림이 다른 그림의 선반이 되는 것이다.

소민경은 “회화 작업을 할 때, 이미지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이 필요하다”고 고백하는데, 이러한 필요에 의해 물리적 지지체인
캔버스 위에 구획을 나눔으로써—선반을 배치하고, 눈썹을 그림으로써—그 위에 구성적(compositional) 지지체를 조성한다. 이로써 그의 회화는 중력을 재정비하고, 이미지의 증식과 그로부터 창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주의집중이 쏠리는 여타 가구가 부재한 채 선반만 잔뜩 달린 방, 눈코입 없이 정갈한 눈썹으로만 가득한 얼굴, 유기적인 관계망 없이 공존하는 인물들, 경향성 없이 잔뜩 산재한 점들로만 이루어진 그래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기대고, 머물고, 관찰하고, 더불어 미세하게 다른 무언가로 증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소민경(So Minkyung)은 조건에 따라 각 화면에 반응하는 정렬된 이미지를 상상한다. 리플릿 드로잉 (YPC SPACE, 2024), 포.도.주. (취미가, 2020) 등의 개인전과 대사관 (스페이스 카다로그, 2021), from유령사과§스테인드글라스@스티치그룹 (5%, 2020), 장식전 (캔 파운데이션 오래된 집, 2020) 등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Shelves and Eyebrows Minkyung So 6.7 - 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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